[이민선칼럼]신화가 된 교육...‘국립대 평준화’ 정도는 나와야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신화의 현대적 패러다임인 이유?

정은아 | 입력 : 2022/01/24 [08:40]

▲ 이민선 <오마이뉴스> 기자     

 

 

‘펜트하우스’라는 드라마를 아주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다. 1, 2, 3부 총 48회를 2번이나 시청했으니, ‘광팬’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김순옥 작가 특유의 과감하고 치밀한 스토리 전개와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여기에 신인들의 풋풋함이 더해져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풀 수 없는 부의 불균형으로 인한 계층 간의 갈등, 이 문제를 표면으로 드러내 주는 교육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 강남 ‘헤라팰리스’ 입주민들의 인성은 부모 세대부터 자식 세대까지 모두 ‘최악’이다. 특히 금수저로 자란 자식 세대는 무척이나 사악해, 왕따와 집단린치 같은 학교폭력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이 아이들과 부모들 최고 목표는 서울대 진학이다. 이를 위해 교사 매수, 시험지 유출, 실기점수 조작 등 각종 입시비리를 아무렇지 않은 듯 저지른다. 본격적인 갈등의 시작도 입시 문제로 인한 살인이다. 이를 발단으로 폭행, 미성년자 납치, 고문, 시체유기 같은 온갖 범죄가 발생한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 등 돈과 연관된 갖가지 사건이 터지는데, 특징은 공무원, 의사, 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 대부분이 돈만 주면 매수되는 무기력하고 코믹한 모습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입시비리를 포함한 모든 범죄 행위의 바탕에는 ‘자식을 위해서라면’이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사건이 우리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사실은 그리 눈치가 빠르지 않은 사람이라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장관들 인사청문회 단골 지적사항이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이고,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지도층 인사를 찾기가 어려운 게 우리 현실이다. 지난 2018년 발생한 서울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사건만 봐도 드라마의 사건이 곧 우리 현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부와 권력의 정점에 있는 ‘헤라팰리스’ 입주민들은 결국 고통 속에서 파멸하는데, 짚어봐야 할 점은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게 과연 무엇이냐는 점이다. 

 

그 해답은 신화에 대한 해석에서 찾을 수 있다. 신화를 깊이 연구한 프랑스 구조주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병마와 늙음, 천둥 번개와 같은 그 시대 과학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한 갈등을 다루는 것이 신화라고 말했다. 비록 신화가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모순과 더불어 살아가거나 적절히 대처할 방법을 가상적으로 제시해 인간의 불안과 걱정을 덜어 주며, 카오스적인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는 게 신화의 기능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의미에서, 드라마 ‘펜트우스’를 신화의 현대적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산업 사회에서 원시시대 신화의 역할을 담당하는 게 매스미디어인데, ‘펜트하우스’에서 텔레전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한 소득불균형으로 인한 계층 간의 갈등과 교육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또한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즐거움과 함께 연민,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는데, 이 역시 신화와 동일한 기능이다.  

 

교육이 우리 시대에 도저히 풀리지 않는 모순이 된 근본 원인은 돈과 지식이 우리 시대 최고 권력이 된 탓이다. 

 

정치 권력까지 압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재벌로 대표되는 경제 권력이 지식(학벌)과 동맹을 맺은 게 우리 현실이다. 이 둘 중 하나라도 있으면 대한민국에서 행세깨나 하며 살 수 있는데, 부모 잘 만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야 얻을 수 있는 돈보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게 ‘서울대(명문대)’로 대표되는 지식이다. 그러니 대학 입시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입시생은 예나 지금이나 명문대를 갈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 교육부 장관, 교육감이 갖가지 정책을 쏟아내도 지나친 입시 경쟁으로 인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나아지지도 않는다. 점점 나빠진다. 근본 원인을 무시한 채 눈앞에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려 한 탓이다. 

 

우리 사회에 똬리를 틀고 있는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물질만능주의, 승자 독식의 불평등한 구조를 뜯어고치지 못하면 교육 문제 또한 풀리지 않을 것이다. 위장전입은 계속될 것이고 시험지 유출 같은 범죄 행위 또한 지속될 것이다. 돈도 학벌도 갖지 못한 대부분의 국민은 ‘펜트하우스’같은 드라마로 위로를 받아야 할 것이다. 

 

바라건대, 오는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는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의 국립대를 하나로 묶어 평준화하는 정도의 획기적인 경쟁 완화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여기에 우리 사회 대표 불평등 문제인 비정규직을 완전히 철폐하는 정책이 덧붙여진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이 정도 획기적인 정책이 아닌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이라면 차라리 내지 않는 게 낫다. 혼란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민선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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