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아 칼럼] 재래시장 상인의 외침이...

정은아 | 입력 : 2022/01/08 [10:40]

                                                                                                           

"죽은 사람 소원도 살려준다는데 제발 살려주십시오. 머리 숙여 강력히 요청합니다."

 

경기도상인연합회가 7일 오후 광화문 광장 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여·야 대선후보를 향해 "선거전에 코로나 피해 전통시장 상인에 대해 사각지대 없는 100% 손실보상과 기준 마련에 대해 즉각 협의하라"며 집회를 가졌다.

 

3년간 코로나를 겪으면서 반토막 난 수입에 점점 늘어나는 인건비로 사채까지 쓰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벼랑 끝까지 내몰린 심정에 문을 닫고 집회에 참석한 이들의 모습은 어둡기만 했다.

 

하지만 단상에 올라간 상인들의 울분에 섞인 목소리에 하나둘 목소리를 높였고 눈물을 닦아냈다. 취재를 위해 20명 넘는 상인들과 인터뷰하면서 이들의 외침이 정말 벼랑 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임대료도 내지 못하면서도 다른 상인들을 대신해 회장을 맡아 집회 현장에 나왔다는 상인과 하루 문을 열면 안되는 상황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나온 상인들의 외침이 절절하다.

 

"집회에 참석하면서 춥지 않으셨어요?"

 

집회를 마치고 함께 수원으로 내려가는 길에 버스 옆자리에 앉으신 나이 지긋한 여성 상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14년 만에 서울에 올라왔어요. 서울에 직장 다니는 딸 아이 때문에 왔었는데...오고 싶어도 장사하면서 문을 닫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서울 오니 좋네요"

 

60년여간 전통시장 자리를 지켜왔다는 어르신은 암 판정을 두 번 받았음에도 여전히 그 자리를 오롯이 지키고 있었다.

 

수입이 반 토막 난 절박한 심정으로 집회에 참석했다는 어르신은 "우리 시어머님 연세가 92세에요. 지금처럼 건강하고 우리 아들 예쁜 며느리 만나 장가가는 게 소원이에요"라며 소박한 마음을 전했다.

 

얼마 전 한 상점을 찾아갔을 때 수돗물이 차가워 놀란 적이 있었다. 

 

장사하면서 차가운 물을 쓰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주인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저만 쓰는 수돗물인데요. 뜨거운 물 사용하려면 별도로 제가 설치해야 하는데...문 닫으면 주인이 원상복구 하라고 할까 봐 그냥 쓰고 있어요"라고 씁쓸히 웃었다.

 

이 상인은 사실상 뜨거운 물을 설치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신의 손이 차가운게 대수롭지 않다는 그의 모습이 상인들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듯해 가슴이 먹먹해졌던 기억이 여전히 마음에 남는다. 

 

먹고 살기 어려워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시작했고 매일매일 손님을 기다리면서 희망을 찾지만, 상인들의 현실은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물로 손을 닦아야 한다.

 

정부가 상가 준공허가시 냉온수가 함께 공급되는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지침을 내리면 이러한 일은 없을 것이다. 지자체 역시 이들의 외침에 좀 더 귀기울여보길 바란다.

 

집회에 참석한 상인들은 ▲대선과 무관하게 100% 손실보상 기준 마련과 협상 추진 ▲사각지대 없는 손실보상액 실시 ▲전통시장, 자영업·소상공인 생계터전 보호 및 회생 지원을 위한 강력한 대책 강구 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를 마치고 쓰레기 없이 깨끗해진 집회 현장처럼 이들의 외침이 현실로 반영돼 더는 죽음을 선택하는 상인들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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